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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예사랑교회 정증자 목사
2022-05-29 09:54:41   [trackback]인쇄하기
기독교중앙뉴스 기자 / 조회수:204
 

예사랑교회 정증자 목사

교회 옆 텃밭으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초봄에 상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호박을 심었다. 어떤 것은 씨앗을 심고 어떤 것은 모종을 심었다. 농사에 경험이 없는 나 대신이 팔순이 넘은 박 집사님이 새벽마다 풀도 뽑아주시고 잘 가꾸어 주셔서 교회 식탁이 풍성하다. 상추쌈, 가지나물, 고구마 순 볶음, 옛날에 먹던 호박잎쌈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12:24)고 하셨는데 내가 뿌려놓은 씨앗이 죽어서 식탁이 풍성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가정의 한 알의 복음의 밀알이다. 난 아무도 예수를 믿지 않는 가정에서 제일 먼저 예수를 믿었다. 친구 따라 교회는 다녔지만 양육하는 사람이 없어 믿음이 자라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특히 할머니가 반대가 심하셨다. 제사 지내는 집안에서 예수 믿는 사람이 있으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시고, 또한 저승에 갔다 온 사람의 말을 들으면

제사를 잘 지내는 가정의 조상은 잘 얻어먹어서 얼굴이 뿌옇게 살이 쪘는데, 예수쟁이 집 조상은 못 얻어먹어서 삐쩍 말라 있더라.“

고 하시면서 교회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셨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시고, 난 결혼과 함께 서울로 왔다. 결혼 초에는 믿지 않는 남편 따라 주일인데도 등산을 갔었다. 그런 나를 하나님은 내치지 않으시고 환난과 연단을 통해 나를 주님 앞으로 부르셨다. 그제야 나는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 환난과 연단은 요즘 아이들이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남편은 너무 유약했다. 어려움이 닥치면 내 뒤에 숨어 버린다. 수없이 이혼을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린 자식들을 보면서 참고 또 참아왔다. 믿음의 조상을 둔 성도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때 난 결심했다. 내 후손들이라도 믿음으로 잘 양육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저녁마다 가정예배를 드렸다. 이제 돌아보니 그것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예수를 영접하고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내 나이 칠순 고개를 넘었다. 인간이 해내고 치르고 겪고 하는 하고 많은 일 중에서 끝냄은 여간 소중한 게 아니다 유종의 미곧 끝마침의 아름다움이란 말이 있듯이 이제 하나님 앞에 계산할 때가 온 것 같다. 내가 하나님 앞에 심어놓은 복음의 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볼일이다.

결산을 하니 아마 그 씨가 죽은 것 같다. 많은 열매가 맺혔으니 말이다. 환난과 연단을 통해 나를 주의 종으로 부르시고, 남편을 장로의 반열에 세우시고, 사촌 동생이 침례교 목사이고, 딸과 사위가 목사이다. 또 내가 목회하면서 양육한 집사님 내외가 지금 필리핀에 선교사로 나가 있다. 그 외에 친척 권속들이 장로로, 권사로 집사로 하나님의 교회에서 헌신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126:5)라고 했는데 그 눈물이 헛되지 않음에 감사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주위의 친척권속들은 거의 예수를 믿는데 유독 내 사랑하는 동생 삼남매가 아직도 주 앞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아마 내 마지막 기도 제목인 것 같다. 어쩌랴 예수님도 자기 고향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지 않았는가.

내 삶에 환난과 연단이 없었다면 이렇게 치열하게 믿음으로 살아왔을까.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고통 속에 하나님의 뜻이 담겨있다. 또한 하나님은 어둠 속에서 생명을 자라게 하신다. 어머니의 자궁 속은 어둡다. 그런데 그 어두운 자궁 속에서 생명이 자라게 하신다. 우리 삶에 좋은 시절도 어려운 시절도 있겠지만, 결국 좋은 삶이란 좋은 시절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그 모든 순간들이 어우러져 숨겨졌던 의미가 드러나는 삶일 것이다. 삶은 장점과 성공과 도약으로만 완전해지는 게 아니라, 결함과 실패와 추락을 껴안음으로써 완전해진다는 뜻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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